작성일 : 07-06-23 00:07
아랍의 결혼 풍경
 글쓴이 : 이지영
조회 : 1,056  
아랍의 결혼 풍경 2007년 6월 30일


중동은 열사의 열기가 불을 뿜는 한여름이 결혼시즌이다.
막바지 결혼 시즌인 한여름 밤이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는 결혼 축하 폭죽소리에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다. 옆 나라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에서 날이면 날마다 자살 폭탄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폭죽 터지는 소리에 폭탄 터지는 소리가 아닌가 두려움이 엄습한다. 흥겹다 못해 너무 시끄러운 아랍 전통의 밴드소리, 거리를 전세 놓은 듯이 차지하고 경적들을 울리며 떼거리로 이동하는 차량의 행렬들... 피로연을 이루기 위해 괜찮은 호텔들이나 식당들은 신부와 신랑 및 하객들로 북적되는 나날들, 밤새도록 동네 방네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고 파티를 하는 이웃집 들...
아랍의 결혼 풍경들이다.

여름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중동에는 결혼 행렬이 줄을 잇는다.
중동에서는 왜 하필이면 폭염이 내뿜는 한여름이 결혼 시즌이 되는 것일까? 중동 특유의 뜨거운 날씨 때문에 중동은 여름 방학이 장장 3개월에 가까운 긴 휴가 내지는 방학을 맞게 된다. 긴 휴가를 맞아 당사자들은 결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결혼식 때는 많은 하객들도 휴가기간이라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동은 뜨거운 여름이 되면 결혼 시즌을 이루게 된다.

결혼식 당일 신랑과 신부 양쪽 집에서는 결혼식 준비로 아침부터 분주하기만 하다. 오늘 결혼식을 하는 파트마(24세) 신부는 아침 일찍부터 미장원에 가서 마사지도 하고 화장도 하고 드레스를 입고 오후에 있을 결혼식을 준비한다. 신랑 집은 신랑 집대로 결혼식 및 결혼식 후에 있을 파티를 준비한다.

여름철이라 해가 길기 때문에 해가 진 7시쯤이면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신부를 맞는 의식을 행한다. 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신랑을 따라 나오게 되는데 나오는 과정이 흥겹고 길기만 하다. 경제 사정에 따라 달렸지만 보통 중정도 이상 되는 가정이면 아랍 전통 밴드를 불러 한동안을 연주하며 흥을 돋운다. 신부를 맞이하여 먼저 결혼식장에 가서 식을 올린다음 파티를 하게 되있다.

뜨거운 여름철에 결혼식을 하게 되다 보니 결혼식이나 연회식은 밤중에 진행이 된다. 오후 7시가 되면 신랑 집에서나 신부 집에서는 예복들을 입고 신랑, 신부는 물론이고 하객들이 결혼식장으로 향해 먼저 결혼식을 갖는다. 결혼식은 기독교인은 주로 교회에서, 모슬렘들은 이슬람 특유의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린다.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가 가족들 앞에서 서로 반지를 교환해서 끼워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살겠다고 맹세하는 과정은 우리와 똑같다. 결혼 예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와 하객들은 파티를 할 수 있는 장소로 떠난다. 장소는 주로 호텔이나 결혼 연회장 혹은 집이 될 수도 있다.

파티에는 각종 다과와 음료수가 나오고 음악에 맞춰 신랑, 신부와 함께 춤을 추고 즐긴다. 파티를 위해서는 밴드를 불러 아랍 전통 음악을 연주하게 하고 흥을 돋운다. 밤새 파티를 즐긴 뒤 하객들은 돌아가고 신랑, 신부는 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낸다. 그 다음에 신혼여행을 떠난다. 신혼여행은 같은 나라 안에 휴양지가 있는 도시로 떠나기도 하고 인근 중동 국가들로 떠나기도 한다.

길을 가는 과정이 특별나다. 먼저 신랑과 신부가 탄 차는 앞과 뒤에 꽃으로 장식이 되 있다. 길을 가다가 꽃을 단 차를 만나고 그 안에 신랑과 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보기라도 하는 날에는 왠지 기분이 좋다. 신부와 신랑이 탄 차 앞과 뒤, 그리고 양 옆으로는 가족 친지들의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도로를 점령하면서 지나간다. 신부와 신랑이 탄 차 앞에는 비디오맨이 차 창 옆으로 몸을 내밀고 열심히 촬영을 한다. 아랍이니 망정이지 우리네 상식으로는 용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현상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1차선에서부터 3차선까지 점령을 해버려 사실은 대중 교통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들을 비난하거나 대중교통 방해죄로 고소하는 사람이 없다. 나도 훗날 결혼식을 하게 되면 이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랍의 청춘 남녀들은 어떻게 만나서 알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일까? 요즘은 세대가 많이 변화되어 두 남녀가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 알게 되고 사귀어 결혼까지 하는 예들도 소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슬람에서는 이런 식의 데이트를 금하고 있다. 아직도 집안에서 중매를 통해 결혼 상대를 골라 결혼을 하는 경우들이 태반이다.

대부분 가족의 중매를 통해 결혼이 성사가 되다 보니 의외로 이혼율이 많다. 이슬람 법에서는 이혼한 여자도 다시 결혼할 수 있다. 라나 (29세, 인테리어 디자이너)씨는 5년 전 거창하게 결혼식을 했다. 그 뒤 벌써 애를 2이나 낳았다. 그러나 이혼을 한 뒤 올여름 다시 한번 결혼식을 올렸다. 이슬람 법에서는 이혼을 할 경우 아이들 양육권이 먼저 엄마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는 라나씨는 아이들을 남편에게 보내고 다시 결혼을 한 것이다. 두 번째 결혼식이기 때문에 처음과 같지는 않고 집에서 가까운 일가친척을 모아놓고 혼인을 알리고 간단하게 파티를 치루는 정도였다.

중동에서는 결혼을 할 경우 남자가 여자에게 지참금을 지불해야만 한다. 시대가 변화면서 기본적으로 지불해야할 지참금의 액수가 만만치가 않다. 그리고 약혼식 때 드는 비용과 결혼식 당일 날 드는 비용까지 합하면 그 액수는 이들의 경제 수준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웃돈다. 그러다 보니 늦게까지 장가를 못가는 노총각들이 많이 생긴다.

요즘 이슬람 단체에서는 이렇게 돈이 없어 노총각, 노처녀가 많아 지면서 많은 사회적 병패와 부도덕한 점들이 생겨나는 것을 우려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처녀, 총각들이 결혼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고 나서고 있다. 지지난달 7월 요르단에는 알아파프라는 이슬람 자선 단체의 주선으로 암만, 요르단에서 124명의 신랑 신부가 합동결혼식을 치루었다.
요르단의 아랍어 신문 알라이에 의하면 이번 합동결혼식은 요르단에서 12번째로 거행된 것이었으며 62쌍의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족 친지 하객들이 거의 만 명이나 되었다고 했다. 알아파프 자선 단체에 의하면 합동결혼식을 이룬 신랑 신부는 전혀 경비를 지불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여러 이슬람 기관으로부터 현금이나 써비스 의 선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슬람 은행에서는 각 쌍에게 100 JD(약 150 $)의 현금을 선물했으며 이슬람 병원에서는 각 쌍에게서 태어나는 첫 번째 아이의 해산을 무료로 책임져 주겠다고 나섰다. 그 외에도 100개가 넘는 기관들이나 많은 개인들이 기부금을 내서 신랑 신부의 보금자리에 각종 가구들과 전자 제품들을 선물로 선사했다.

이미 9월에 접어들었지만 이곳 요르단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결혼식 행렬이 아직도 끊이지를 않고 있다. 막바지 중동의 여름이 다가기 전에 결혼식을 하고자 하는 마음들이다. 오늘도 밤 8시가 되자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불꽃이 요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