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08-23 13:50
아랍 초등학교
 글쓴이 : 이지영
조회 : 2,006  
아랍초등학교

외국어의 귀재들

보통은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아랍 초등학생들

중동의 아랍 초등학생의 학교생활 및 하루 일과는 어떠할까? 사막에서 양을 치며 풀과 물을 찾아 이동하며 학교 교육이라고는 받아보지 못한 베두인 아이들이 지금도 있는 반면 현대판 아랍 초등학생들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컴퓨터와 영어에 열풍을 맞고 있다. 암만, 요르단에 위치한 현지 사립학교 중의 하나인 New English School을 찾아가 본다.

초등학생인 엘리야쓰의 하루 일과

엘리야쓰(11세, 6학년)는 아침 6시 30분에 기상을 한다. 스쿨버스가 집 앞에 정확히 7시에 오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착하면 7시 30분. 운동장에서 간단히 아침 조회로 시작하여 조회가 끝나면 줄을 서서 교실로 들어가게 된다. 8시면 1교시가 시작된다. 아침은 먹지 않고 등교하기 때문에 3교시가 끝나는 10:30분에 긴 쉬는 시간이 있는데 학교 매점에서 샌드위치와 쥬스를 사먹는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2시. 스쿨버스로 집에 오면 2시 30분이다. 점심 식사를 한 뒤 학교에서 배운 것을 훑어 보고 숙제를 하고 나면 하루 일과는 끝난 셈이다. 그 뒤엔 엘리야쓰가 좋아하는 게임을 즐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밖에 나가 친구들이나 형과 함께 공차기를 하기도 한다. 저녁 시간이 되면 저녁밥을 먹고 TV를 본 뒤 10시가 되면 내일 또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잠자리에 든다.

교복을 입는 아랍 초등학교

엘리야쓰는 11세가 되어 이번 학기를 맞아 6학년이 되었다. 중동은 9월이 1학기이인 관계로 이번 학기가 새 학년을 맞는 셈이다. 중동은 학교 연령이 빨라 만 6세가 되면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장장 3개월이나 되는 긴 여름 방학을 마치고 드디어 8월 28일 개학을 맞아 긴장도 되고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즐겁기만 하다. 긴 방학동안은 엄마 아빠랑 형제들이랑 터키에 여행을 갔다 왔다. 그 외는 집에서 놀기도 하고 가끔 수영장이나 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곤 했다.

몸과 키가 커지다 보니 지난 학년에 입던 교복은 작아 새 교복을 사서 입고 새 신발을 입다보니 기분이 상쾌하기 만하다. 요르단은 공립학교나 사립 학교 모두 초등학교부터 교복을 입게 되 있다. 신발도 검정 구두를 신어야한다. 공.사립 초등학교는 간혹 남.녀가 분리된 학교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남녀 공학이다.

4개 국어를 거뜬히, 그 이유는 학교의 조기 교육 및 영화
덕분

엘리야쓰는 현재 4개 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아랍 초등학생들이 보통은 3개 국어를 구사하지만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경우는 사실 흔하지는 않다. 엘리야쓰도 보통 아이들처럼 모국어인 아랍어와 그리고 국제 언어가 된 영어, 또 학교에서 배우는 불어를 잘한다. 그러나 엘리야쓰 엄마는 원래 그리스 사람인 이유 때문에 집에서 엄마와 말할 때는 그리스어로 말하기 때문에 4개 국어를 하게 된 것이다.

엘리야쓰는 요르단 방송에서 영어로 하는 영화 프로그램을 많이 즐겨본다. 또한 비디오 가게에서 그 때 그 때 유행하는 DVD를 많이 빌려다 본다. DVD를 한번 다 보는데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래서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는 평일에도 저녁을 먹고 잠자기 전에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요르단의 공립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영어교육이 시작된다. 전에는 다른 아랍 국가들처럼 5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 했지만 현재 국왕인 압달라 II세가 왕이 되고서 부터는 컴퓨터와 제 2 외국어인 영어 교육에 중요성을 강조하여 지난해부터 공립학교에서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물론 사립 초등학교는 유치원 과정도 항상 붙어있는데 만 4세인 유치원 과정부터 영어가 시작된다. 바로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돈 있는 집에서는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초등학교의 교과목에는 다른 나라에서처럼 국어 과목인 아랍어, 수학, 과학, 사회, 역사, 음악, 체육, 미술, 종교 등을 아랍어로 배운다. 아랍어로 배우는 과목은 전체 70%다. 30% 과목은 영어로 공부한다. 영어과목과 수학과 과학은 따로 영어로 공부한다. 수학과 과학은 아랍어로 하는 교재와 영어로 하는 교재가 다르다.

학교에서 영어 교육은 비싼 사립학교 일수록 미국인이나 영국인을 영어선생으로 고용을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영어시간에 영어를 배우기도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학교에서 영어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게 된다. 늘 학교에서 미국인이나 다른 외국인 선생님을 대하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해 두려워하고 어색해하기 보다는 친숙해진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사립학교나 공립학교에서는 요르단 선생 중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고용하여 영어를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요르단 사람이라도 영어로 하는 과목 시간에는 전혀 아랍어를 쓰지 않고 영어로만 가르친다.

이들이 영어과목으로 쓰는 교재는 다양할뿐더러 그 내용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영어책이나 특히 과학(Science) 책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 각 학년마다 그 수준에 맞는 영어 교재를 쓰다보니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영어로 된 교재에 눈이 익숙해진다.

불어 또한 마찬가지다. 영어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1주일에 3시간씩 공부를 한다. 불어 선생님도 불어권인 알제리아나 모로코 튜니지아에서 왔든지 아니면 불어를 잘하는 선생이 가르친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불어를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발음 또한 정확하다.

과외는 해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전부다.

방과 후 영어 과외나 다른 과목의 과외는 전혀 해본 적이 없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도 다 마찬가지다. 영어와 불어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전부다.

아랍 학생들이 과외를 하지 않는 이유는 가족의 구성이나 관계성을 중히 여기는 중동의 관습과도 크게 관련이 있다. 중동은 아직도 가족 구성원이 자리를 함께하고 저녁 식사를 같이 한다든지 특히 저녁 시간에는 온 가족이 집안에 함께 모여 있는 것을 중요시 한다. 주말이 되면 부모님을 찾아 봐야 하고 형제나 누이 집을 서로 방문하는 것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관습이다. 그래서 평일날도 그렇지만 주말에 과외를 한다고 밤늦은 시간까지 혹은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야간 자습을 한다고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고학년이 될 수록 학교 수업이 일찍 끝나 다들 집에서 공부를 한다.

또한 아직도 아이들을 많이 낳는 풍토라 집안에 형제들이 많아 집에서 엄마의 집안일을 도와줘야 할뿐더러 형제들을 데리고 놀아주는 것도 과외를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딸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형제들이 많다보니 일일이 다른 경비를 들여 과외를 할 수 없는 경제적인 이유도 크다.

중동에도 영어 열풍, 기술이 없으니 입으로라도 한 몫

그렇다면 아랍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영어 외에도 불어를 배우는 등 왜 외국어를 배우는데 그토록 적극적인가?

암만 시내에는 현재 British Counsil, American Language Center, Amid East 등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영어학원 뿐만 아니라 요르단 자국인들이 운영하는 영어학원들이 많이 있고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최근 들어 점점 학생들이 학원에 영어를 배우러 다니는 추세에 있다.

New English School 의 교장 싸이드 알투룩 교장선생님과 교과 과목 책임자인 영국 국적인 폴 인가폴드 선생님은 요르단 뿐만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들이 학생들에게 어려서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아랍 학생들이 영어나 불어등 외국어를 잘 하는 이유를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이유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이곳 요르단 뿐만 아니라 중동 전체 그리고 북아프리카는 과거 1,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하여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요르단, 이라크, 쿠웨이트, 팔레스타인 등은 영국의 지배를 시리아, 레바논 그리고 북아프리카인 알제리아, 모로코, 튜니지아, 리비아등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아랍어와 불어를 동등하게 공식 언어로 지정하여 쓰고 있는 상황이다.

식민 지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중동은 계속해서 정치적인 관계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영어와 불어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했다. 지금도 요르단이나 중동국가들의 텔레비전 채널 중에는 하루 종일 영어로만 하는 채널들이 있다. 또한 불어로 뉴스나 영화를 하는 시간도 많이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영향이 지금도 삶 속에 많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현재는 전 세계에 나가 무역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모르고서는 무역을 할 수 없는 경제적인 현실이 영어나 불어 등 외국어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또 한 이유이다. 아무리 미국이나 영국에 대한 반감이 있어도 국제 언어가 된 영어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중동국가들은 석유를 빼고는 특별히 뭔가를 생산을 하는 국가들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 생필품을 외국에서 수입 해다 써야하는 소비 국가들이다. 해외 국가들과 늘 무역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잦은 출장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외국어는 그 중에서도 영어는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나마 요르단처럼 석유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할 수만 있으면 나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 보다 영어 뿐만 아니라 외국어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기술이 없으니 입으로라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셈이다.

이슬람 종교 교육은 의무화

샨트 (11세, 6학년)는 학교가 끝나서 집에 돌아왔지만 뭔가 분주하다. 내일까지 아랍어 시간에 있을 코란 구절을 암송해야하기 때문이다. 중동의 모든 학교들은 이슬람 종교 시간이 일주일에 3시간씩 있다. 그러나 내일 외워야하는 코란 구절은 이슬람 시간에 해당 되는 것이 아니라 아랍어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다. 이곳 중동의 초등학교 및 모든 중.고등학교 아랍어 교과서는 맨 첫 과는 코란에 관련된 내용이다.
샨트의 국적은 요르단이지만 원래 아르메니아에서 건너온 부모님의 종교를 따라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아랍어 교과서에 나오는 코란 구절은 반드시 외워야만 한다.

이 코란 구절을 어느 정도 외웠다고 생각하자 조금 마음이 가벼워져 밖에 나가 공차기도 하고 집에서 동생과 함께 Play Station으로 게임을 즐긴다. 게임이 끝나자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DVD 영화를 본다. 샨트 뿐만 아니라 아랍 초등학생들이 영어에 익숙한 이유는 바로 이런 DVD를 많이 빌려다보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부 영어 원어 자체로 듣는다. 또한 영어를 익숙하게 듣고 말하는데 쉽도록 일조를 하는 것은 요르단 TV 채널이 2개 있는데 한 방송은 하루 종일 영화나 연속극 다큐멘터리를 영어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샨트도 4개 국어를 거뜬히 구사하고 있다. 부모님이 아르메니아 사람인 샨트는 요르단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보통 아랍 초등학생들처럼 아랍어, 영어, 불어뿐만 아니라 고국의 언어인 아르메니아어까지 4개 국어를 구사하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초등학교 4학년인 쌀림(9세)이나 람지도 모국어인 아랍어 뿐만 아니라 4학년 수준에 맞는 영어와 불어를 구사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와 불어 덕분이다. 이렇듯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영어와 불어등 외국어 조기 교육을 받고 매일의 삶 속에서 영어 음악이나 영화 등을 매일 보고 듣고 하는 것이 아랍 학생들을 외국어에 귀재들로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외국어에 관심 갖고 열심히 공부하여 외국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점은 세계화 시대에 아랍 학생들의 큰 장점이요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