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7-12-19 15:10
양 잡는 날, 이슬람의 희생절
 글쓴이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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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잡는 날 (이슬람의 희생절)



이슬람의 대명절인 희생절 아침, 요르단은 비가 올 듯 짙게 구름이 낀 추운 날씨이다. 어제 양 파는 아저씨들이 오늘 해가 뜰 수 있도록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오늘 만큼은 비가 오지 않고 있다. 며칠 후에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양들을 파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부터 이슬람 사원에서는 기도 소리가 울려 나오고 많
은 이슬람 남자들의 발걸음이 해장부터 사원을 향해 바쁘게 움직였다.




양들이 나들이에 나왔다. 이슬람의 대명절인 희생절에 희생되기 위해서 그동안 토실 토실 맥여서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에 나왔다. 암만 시내 군데 군데 공터에는 이렇게 양들의 우리가 만들어져 희생절 1주일 전부터 이곳에 데려다 먹이면서 팔고 있다. 대부분이 요르단에서 기른 양들이지만 일부는 오스트렐리아나 루마니아 등에서 수입해온 양들도 있다. 수입해온 양들은 요르단 양들보다 값이 좀 더 싸다.



양을 찾는 손님들은 몇 일 전부터 양을 파는 곳에 와서 통통한 양을 골라 값을 지불한다. 고르고 값이 치루어진 양들은 양 털에 번호를 써 넣어 오늘 희생절이 시작되는 날 와서 쉽게 찾아 도살을 할 수 있다.



양들 주인은 양 들 우리 옆에 천막을 치고 이곳에서 잠을 자면서 양들을 지키고 양들을 팔고 있다. 요근래는 이슬람력으로 희생절이 겨울철이기 때문에 낮에도 춥지만 사막성 기후 때문에 밤에는 너무 너무 춥다. 그래서 양들 주인은 천막 안에 난로를 설치해 긴 긴 추운 밤을 지새울 수 있다. 하지만 가끔 비가 오기도 하고 추운 겨울밤을 밖에서 고스란히 지내야하는 양들은 짐승이고 다음날 제삿날이 되지만 불쌍하기 짝이 없다. 낮 동안에도 추워 양 들 주인은 양 우리 옆에 모닥불을 피우고 추위를 이기고 있다.


요르단에서도 주로 남쪽 사막지역에서 양들은 길러진다. 아무래도 남부 사막 지역은 농사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물도 없어 공장 지대도 없어 주로 베두인들의 생업인 양치기에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최첨단 과학이 발달한 21세기이지만 수도인 암만에서도 종종 양들을 기른다.

보통 양을 데리고 나온 집들은 양들을 150마리에서 300마리까지 소유하고 있다. 양 한 마리의 값은 우리 돈으로 평균 30만원 정도이다. 양의 값은 무게로 결정된다.

양들을 죽이는 광경 또한 참혹하면서 불쌍하다. 먼저 손님이 고른 양은 무게를 잰 뒤 양 주인에 의해 목이 베인다. 목이 베인 후 땅 바닥에 나두면 비가 다 빠지게 되고 가죽을 벗기기 위해 철봉대에 세워진 양쪽 갈코리에 걸려 가죽을 죽 벳긴다. 이 가죽은 양을 산 손님이 집에 가지고 가 깨끗이 세탁을 한 뒤 양탄자로 사용하기도 한다.

양 도살장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양들 우리 바로 옆에서 행해진다. 돼지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날 돼지 멱따는 소리를 하지만 양들이 도살되는 모습은 특이하다. 양들은 양우리 바로 옆에서 도살당하지만 소리 하나 나지 않는다. 양 주인이 도살하기 위해 양 머리를 움켜쥘 때도 반항 조차 하지 않는다. 너무나 초연히 죽음을 맞는다. 말 그대로 순한 양처럼.


이슬람의 희생절은, 올 해 2007년에는 12월 20일이다. 사실은 모든 중동의 이슬람 아랍 국가들이 어제 아라파트 날(아라파트라고 불리는 산에 올라 기도를 하는 날)을 기해 희생절 명절 공휴일이 시작되었다. 이 날을 희생절(아랍어: 이들 아드하, 영어: feast of sacrifice) 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코란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코란에 아브라함은 아들 이스마엘을 바치라는 알라의 뜻에 따라 이스마엘을 번제로 바치려하자 알라가 이스마엘 대신 양을 보내 알라를 위해 희생 제물로 양을 잡아 바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지금도 이슬람 성인 남자들이 아브라함을 기억하여 희생절로 정해 양들을 잡고 있다.

희생절 연휴는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계속된다. 연휴는 장장 5일간이나 계속되는 셈이다. 이 때 무슬림들은 양을 잡아 코란을 상기하고 또한 양고기는 가족은 물론이고 어려운 이웃이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는 관습이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연휴 동안에는 서로 가족 친지들을 방문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대명절에 해당하는 옷들을 사주고 각 가정 집에서는 손님 대접을 위해 아랍식 과자를 만들어 놓는다. 각 가족 친지를 방문할 때는 선물을 들고 가기도 하고 돈을 주기도 한다.


같은 아랍 사람이면서 기독교인들은 사실 이슬람의 희생절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하던 일을 계속한다. 무슬림들이 명절을 지키느라 바쁘지만 기독교인들에게는 모처럼 맞는 긴 휴식 시간이 된다.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들에게는 긴 휴일이 여행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래서 3-4일 혹은 5-6일의 휴일을 이용해 인근 아랍국가들 즉 이집트나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혹은 두바이 등을 여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