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6-26 03:17
요르단 원정경기
 글쓴이 : 이지영
조회 : 1,785  
<요르단전 올림픽 축구 아시아예선 2차전 원정경기를 보면서>



2011년 6월 23일, 날씨는 맑고 화창하였다. 한 여름이다 보니 중동의 특유의
강한 태양 때문에 한낮의 최고 기온은 섭씨 33도 정도 되었다. 그러나 조금씩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6시에는 섭씨 28도 정도로 요르단 계곡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북서풍이 불면서 축구하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조건이었다. 같은 날 한국은 엄청난 폭우와 폭염이 찾아온 것에 비하면 요르단의 날씨는 천국이었다.

한국 교민들은 4시에 벌써 경기장에 도착하여 한국 사람들이 앉는 좌석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5시 반에는 대사님 내외분께서 경기장에 오셨다. 과연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응원하러 올까 미심쩍었는데 눈짐작으로 어림잡아 볼 때 약 350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사람들도 많은데 암만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은 것 같았다. 역시 한국 사람들의 애국심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거의 모든 교민이 온 것 같아 마음이 흐뭇했다. 어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다 목청 높여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 그리고 ‘
아리랑’을 외치며 힘차게 응원을 하였다. 당연히 태극기가 휘날리고 북과 꽹과리는 필수였다.

우리 한국 응원석에는 같은 시각 요르단 경찰들과 보안 위원들 수십명이 배치가 되었다. 지난번 2008년 요르단 원정 경기 때 우리 나라가 요르단에 1:0으로 이겼는데 그 때 경기가 끝나고 나갈 때 요르단 사람들이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돌을 던져 한 사람이 얼굴을 다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철저한 보안을 당국에 요청을 했었고 그래서 많은 경찰 요원들 및 보안 위원들이 한국 응원단 안에 배치가 된 것 같았다.

요르단 응원석에는 겨우 한국 교민보다 약간 더 많은 응원단이 왔다. 아마도 한국에 가서 했던 2차 예선전에서 한국에 3:1로 져서 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열심히 해서 한국을 2점차로 이긴다면 예선전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도 너무 빨리 포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포기를 해준다면서야 우리한테는 너무 좋은 것이지만 굳이 쉽게 포기하는 상대방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본다면 어떤 경우에도 포기는 절대로 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는데까지 죽기 아니면 살기로 뎀벼 들어보고 말이다라는 것이다. VIP자리에 원래 알리 왕자가 오기로 되있었는데 그는 전반전에 나타나지 않았다. 후반이 시작되고 15분쯤 지나서야 경기장에 나타나 VIP석 우리 대사님 옆에 앉았다. 아마도 포기하고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가 전반에 1골을 넣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행차를 한 것 같았다.

전 날 프린스 알리 (알리 왕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에 대해 묻자 한국 축구가 대단하고 실력이 있다고 평가해 주었다. 현재 FIFA 아시아 지역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전에 16년 동안 부회장직을 맡았던 정몽준 부회장의 능력과 경력 및 업적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고 배우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조만간 한국 방문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6시가 되자 양국의 국기가 먼저 입장을 하고 그 다음 선수들 입장을 한 후에 우리나라 애국가부터 울려 졌다. 그 다음은 요르단 국가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고 공이 이쪽저쪽으로 열심히 오고 갔다. 전반전이 지나가면서 우리 선수들의 공이 여러 차례 골문을 두드렸지만 정작 골인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전반 35분쯤에는 요르단에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요르단 9번 선수인 함자 알 다르두르 (Hamza Al Dardour)가 메시처럼 재빠르게 골을 넣고 말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르단이 골을 넣기 전 요르단 전체에 전기가 끊겨 그만 위성 중계가 중단되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TV를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3개 방송사 옆에서 코디로 일을 하다 보니 서울에서 갑자기 화면이 끊겼다는 연락을 받아서 알게 되었다. 정전이 약 5분 내지 10분 정도 지속된 것 같았다. 경기장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정전 사실을 모를 것이다. 전광판이라도 켜 있었다면 누구나 다 알겠지만 아직 밤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광판 자체가 켜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차범근 해설 위원이 진땀 좀 뺐을 것 같다.

박지성의 빈 자리가 왠지 허전하여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 주길 바랬는데 내 마음처럼 잘 되어주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 15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후반 27분째 한국의 17번 홍철 선수가 한 골을 넣어 결국 1:1 동점으로 경기는 막을 내렸다. 경기 시작 전에만 해도 경기장 한쪽에만 그늘이 졌던 것이 8시쯤 되자 경기장 전체가 그늘로 뒤 덮이고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비겨서 다행히 올림픽 최종 예선 진출은 가능해졌지만 선수들의 상태가 이대로라면 과연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사실 요르단 선수들이 실수를 하여 공이 골인을 못해서 그랬지 우리 수비 상태가 완벽하지 못하여 상대방의 공이 여러 차례 우리 골문을 두드릴 뻔 한 아찔한 상황들이 있어서 가슴이 철렁했다. 암튼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고 9월 21일에 시작될 아시아 최종 예선이 시작될 때까지 홍명보 감독의 각고의 노력과 전략을 응원하고 기대해본다. 아시아 최종 예선 조추첨이
7월 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 퀄러람푸르에서 열리는데 환상의 조가 이루어질 수 있길 빈다.

암만, 요르단에서
요르단 원정 경기를 마치고
이 지영